[시온의 소리] 짝퉁 아닌 정품
사람이 바다로 가서/ 바닷바람이 되어 불고 있다든지/ 아주 추운 데로 가서/ 눈으로 내리고 있다든지/ 사람이 따뜻한 데로 가서/ 햇빛으로 비치고 있다든지/ 해지는 쪽으로 가서/ 황혼에 녹아 붉은빛을 내고 있다든지/ 그 모양이 다 갈 데 없이 아름답습니다.시인 정현종님의 시 ‘갈 데 없이’다. 우리는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더 높은 곳으로, 더 빛나는 자리로, 더 인정받는 위치로 가고 싶어 한다. 그런데 시인은 말한다. 바람이 되어 누군가를 밀어주고 있거나 눈처럼 소리 없이 세상을 정화하고 있거나 햇빛처럼 누군가의 어둠을 밝히고 있거나 아니면 황혼처럼 하루의 끝에서 온기를 나누어 주고 있거나 어떤 역할이든 아름답다고.하나님이 최고의 솜씨로 지으신 우리는 이 모습 이대로 갈 데 없이 아름답다. 바닷바람이 된 사람도, 눈이 된 사람도, 햇빛이 된 사람도, 해 질 녘 붉은빛으로 녹아내리는 사람도 어느 하나 덜하거나 넘치는 것이 없다. 이 다양함이야말로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보여준다.까치가 백로를 보고 말도 없이 조용하니 새가 아니라고 한다면, 개울이 바다를 보고 짜기만 하니 어떻게 마시겠냐고 비웃는다면, 민들레 홀씨가 소나무를 보고 땅에만 박혀 있으니 답답한 놈이라고 한다면, 두더지가 독수리를 보고 “땅 팔 능력도 없는 놈이 하늘만 날고 있으니 굶어 죽기 딱 좋겠다”고 비아냥거린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동백꽃 구절초 남천 자작나무 쓰르라미 범나비 호랑가시나무 질경이 강아지풀 참매미 장수하늘소. 풀 한 포기도 벌레 한 마리도 모두 ‘메이드 바이 갓(made by God)’, 하나님이 저술한 아름다운 한 권의 책이다. 하나님 앞에서는 백합이 들국화보다 더 고귀하다든가 독수리의 생이 참새의 것보다 더 위대하다는 구분이 있을 수 없다.여호수아는 아멜렉과의 전쟁터에 나갔고 모세는 중보기도 하러 산에 오르고 아론과 훌은 기도하는 모세의 팔이 피로하여 내려가지 않도록 팔을 붙들어 주었다. 모두 아름답다. 하나님의 창조 안에는 크고 작음의 우열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명의 조화만 있다. 그리하여 시편에는 이러한 감동스러운 고백이 나온다. “내가 주께 감사하옴은 나를 지으심이 심히 기묘하심이라 주께서 하시는 일이 기이함을 내 영혼이 잘 아나이다.”(시 139:14)영성학자 토머스 머튼은 이렇게 말했다. “나무는 나무가 됨으로써 하나님께 영광을 드린다.”산은 바다를 연민하지 않는다. 산 모습 그대로 하나님의 영광을 보여준다. 동그라미라는 글자는 동그라미답게 생겼고 네모는 네모답게 생겨서 멋지다. 동그라미가 네모를 부러워해 ‘돔그라미’가 되려 한다던가, 네모가 동그라미 흉내 낸다며 ‘네오’로 변하려 한다면 얼마나 추하겠는가.참새는 작다고 노래를 포기하지 않고 별은 구름에 가려져도 제 자리에서 빛난다. 꽃은 그리움을 알아주는 이가 없다 해도 꽃망울을 터뜨린다. 하나님이 주신 자신의 보폭, 자신의 사명대로 살아갈 때 가장 아름답다. 부러워 보이는 다른 사람의 ‘짝퉁’이 되려 삶을 허비하지 말고 하나님이 창조하신 나만의 ‘정품’, 나의 사명으로 살아갈 때 거룩함과 행복이 있다. 하나님은 천지 만물과 우리를 창조하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창 1:31)우리는 그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하나님의 유일한 정품이며 존재 자체만으로도 하나님을 미소짓게 만드는 우주에 단 하나뿐인 하나님의 걸작이다. 할렐루야.한재욱 목사(강남비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