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입틀막 ‘SLAPP’ 확산… 기관·외인도 기피 우려
소액주주 목소리를 고소전으로 차단하는 전략적 봉쇄소송(SLAPP 슬랩)이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배주주나 회사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한 개인 소액주주를 고소해 행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중·소형주에서 이런 흐름이 지속하면 시장의 감시 기능을 크게 위축시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기피 현상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물류기업 세방은 지난 1월 28일 소액주주 연대에 내용증명을 발송해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날 소액주주가 금융감독원에 세방의 자사주 처분 관련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는 게 이유다. 소액주주는 세방이 지난해 7월 하이비젼시스템과 자사주를 상호 교환하기로 한 점을 문제 삼았다. 상법을 회피하고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편법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세방은 ‘소송 불사’ 의지를 담은 내용증명으로 맞섰다.주주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한 사례도 있었다. 2024년 6월 삼목에스폼은 소액주주가 회사 자산가치 등을 문제 삼자 주주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나 같은 해 9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바이오니아, 오스코텍 등과 같은 코스닥 상장사들도 소액주주와 갈등을 빚어 주주 개인을 고소한 전력이 있다.기업이 소액주주를 상대로 벌이는 소송전은 주주의 활동을 막아 시장 견제 기능을 약화시킨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 이상목 대표는 “승소가 목적이 아닌 일종의 입막음용인 경우가 있다”며 “상대적으로 약자를 괴롭히는 지능적인 수법이라고 판단된다. 비판의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의결권을 조작해 소액주주의 견제를 무력화하는 시도도 있었다. 하나마이크론은 지난해 7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회사를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회사 측이 제출한 위임장 1400여장이 조작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회사의 인적분할 시도는 ‘주주총회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중단된 상태다. 가처분을 신청한 소액주주 측은 회사와 의결권 위임 대행사 양쪽에 모두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받는 주주총회를 개선하려는 상법개정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총 의장을 주주가 원하는 인물로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을 지난해 7월 발의했다.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주총 10일 전까지 법원에 의장 선임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이 의원은 “의장이 회사 측 이해에 따라 자의적으로 발언을 제한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소액주주의 정당한 의결권 행사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 차원에서 논의되는 법안은 아니다. 실제 법안 통과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