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협상 중재·긴급조정권 발동 검토… 긴박했던 정부
고용노동부는 김영훈 장관이 직접 삼성전자 노사 자율 교섭을 주재하는 등 중재에 나서는 한편 노조 총파업에 대비한 긴급조정권 발동 시점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총파업 3~5일 후부터가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20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삼성전자노조 총파업의 피해 규모 등을 지켜본 뒤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대략적으로만 추정해 긴급조정권 발동을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지표를 객관적으로 산출해야 하므로 파업 돌입 직후 곧바로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노동위원회 의견 조회 절차 등 행정적인 절차를 준비한다면 최소 2~3일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긴급조정권은 1963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네 차례 발동됐다. 발동 시기에 관한 규정은 없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 파업 땐 78일 만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했고,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때도 한 달 넘은 시점에 개입했다.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당시에는 25일 만에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했지만 같은 해 연말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때는 사흘 만에 개입했다. 약 3233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던 아시아나 파업 직후여서 빠르게 개입한 것이다.삼성전자의 경우 정부가 과거보다는 서둘러 개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단순히 공정률만 따져서는 피해 규모를 정확히 추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파업 기간 제품 하자가 우려된다며 고객사가 납품받기를 거부하거나 거래선을 바꾸는 식의 장기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개입 목소리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총파업에 참여하는 노조원 규모도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나 시점의 중요한 변수다. 노조는 조합원 7만명가량이 총파업에 참여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참여 인원은 적을 수 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생 노조로 파업은 처음인 데다 총파업에 돌입하면 심리적 부담이 상당해 조합원 이탈이 많을 수 있다”며 “긴급조정권을 급하게 발동할 필요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정부가 파업을 멈춰 세우는 권한보다 ‘중재재정’을 위해 빠르게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긴급조정 시에는 노·사·공익위원 1명씩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중앙노동위원회가 중재재정을 내린다. 이는 노조법상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갖고, 노사 모두 따라야 한다.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교섭의 기법으로 긴급조정권이 활용될 수 있다”며 “노조 입장에서는 조합원 눈치를 덜 수 있고, 회사도 노조 요구를 자율 합의해주는 방식보다 부담을 덜 수 있으므로 협상이 지지부진하면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정 교수도 “그동안 삼성전자 노사 대화를 보면 정부가 개입해야만 이견을 좁힐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그만큼 상호 신뢰가 낮기 때문에 자율 교섭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결국 정부가 빠르게 정리해주는 게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