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차 저가 공세에… 허리띠 더 졸라매는 현대차
현대자동차그룹이 원가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부터 실시하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더해 협력사에까지 원가 절감을 요청하고, 20년 넘게 하던 가족 초청 행사까지 취소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엔 거세지는 중국 저가 전기차 공세에 대응하지 못하면 내수 시장에서마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자리한다.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회사의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남양연구소 임직원을 대상으로 중국 브랜드 전기차 시승행사를 열었다. 이미 한국에 진출한 BYD(비야디), 지커뿐만 아니라 출격을 대기 중인 샤오펑, 샤오미, 리오토, 스텔라토 등이 대상이다. 임직원들은 남양연구소에 있는 트랙에서 주행 성능, 자율주행 기능, 배터리 효율 등을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BYD의 성공사례를 본 다른 중국 브랜드가 한국에 몰려들 가능성이 있다”며 “내수마저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국내 완성차업계 내부에 감돌고 있다”고 말했다.이미 한국 시장에서 ‘메이드인차이나’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은 빠르게 줄고 있다. BYD는 한국 론칭 1년 만에 수입차 ‘톱4’에 올랐다.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디자인과 성능 모두 유럽 고급 브랜드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커 차량을 국내 소비자가 경험하면 ‘중국 브랜드는 저품질’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샤오펑은 자율주행 선두 주자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 익스프레스나 테무가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 국내 소비자가 가졌던 거부감이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며 “마찬가지로 중국 전기차 역시 심리적 장벽이 무너지면 빠르게 밀고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중국 브랜드 공습에 대응하기 위해선 원가 절감이 필수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는 등 전사적인 긴축 경영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1차 협력사에 원가 절감 계획안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등 그룹 계열 1차 협력사도 포함됐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부품·원재료 구매 비용은 약 97조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만 허리띠를 바짝 조아선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단순 비용 절감을 넘어 전반적인 부품 생산 구조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현대차는 20년간 이어온 임직원 가족 초청 행사 ‘패밀리데이’도 취소했다. 패밀리데이는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부터 이어져 온 현대차의 대표적인 조직문화 행사로 매년 5월 남양연구소 소속 임직원의 가족을 초청하는 정례 이벤트다. 단순 복지를 넘어 회사 성과를 공유하고 조직 결속을 강화하는 상징적인 행사로 평가돼 왔다. 현대차는 사내 공지를 통해 “중동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고유가 기조 지속과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전반적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