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달릴 때 노젓는 반도체 업계… 설비 확충 ‘속도전’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최소 내후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 업계도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설비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공장 증설과 함께 중단했던 평택 5공장(P5) 공사도 2년 만에 재개했다. SK하이닉스도 청주 공장을 조기 가동하는 등 ‘캐파(CAPA) 확보’ 속도전에 나섰다.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DS) 부문 시설 투자에 40조9000억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응하기 위한 선단공정 전환과 설비 투자 및 기존 라인 보완 투자에 쓰이는 비용이다. 지난달에는 임시 경영위원회를 열고 2023년 중단된 평택사업장 P5 골조 공사 재개를 결정했다. 60조원 이상이 투입될 5공장은 2028년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P4(4공장)는 첨단 메모리 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라인이 본격 가동되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서 평택사업장의 전략적 위상이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SK하이닉스도 HBM 등 첨단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충북 청주 M15X 공장에 20조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클린룸을 조기에 완공한 청주 M15X 공장은 내년 상반기 안에 HBM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건설 중인 용인 1기 팹(공장)에 대한 공사도 한창 진행 중이다. 용인 1기 팹은 2027년 상반기 조기 준공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용인 팹 용적률이 350%에서 490%로 상향돼 클린룸을 더 늘릴 수 있는 만큼 늘어나는 고객 수요를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미국 마이크론은 앞서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기존 180억 달러(약 27조원)에서 200억 달러(약 30조원)로 늘린다고 밝혔다. HBM 시장 규모가 2028년 1000억 달러(약 148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면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론은 2026회계연도 1분기(9~11월)에 역대 분기 최대인 136억40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입증했다.올해 3분기 전체 D램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34%), 삼성전자(33%), 마이크론(26%) 순으로 집계됐다. 이중 HBM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압도적이고,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2, 3위를 다투고 있다. 각 사의 생산능력 추가 확보 속도가 시장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업계는 주요 생산시설이 가동되기 시작하는 2027~2028년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모델이 고도화하면서 HBM 탑재량이 급증하는 데 비해 반도체 공장의 클린룸 구축과 장비 반입에는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공급의 변곡점이 2027~2028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반도체 공장 투자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