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주변은 평일 낮이라고 해도 유난히 한산했다. 음식점은 물론 옷가게, 셀프 사진관, 액세서리 숍까지 빽빽하게 들어선 거리에 오가는 발길은 드물었다. 가게마다 불은 켜져 있었지만 주인만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이 일대에서 5년 넘게 중식당을 운영해온 50대 이모씨는 “매년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은 있었어도 올해 유독 손님들이 돈을 안 쓰는 것 같다”며 “대선 끝나면 안정될 거란 말도 많지만 지금 당장은 공약 살필 겨를도 없이 월세 내기 바쁘다”며 고개를 저었다.낮에도 비교적 유동인구가 많은 먹거리 골목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먹자골목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윤모(34)씨는 “직원 없이 가족들이 돌아가며 가게를 지키고 있다. 인건비가 감당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달엔 원두 가격이 ㎏당 1000원이나 올라 음료 가격을 높여야 할지 고민 중이다. 생크림이랑 버터값도 올라 조금이라도 싼 곳을 찾으려고 발품 팔기 바쁘다”고 했다.대선을 3주가량 앞둔 시점에서 주요 대선 후보들 소상공인 맞춤형 공약을 쏟아내고 있으나 현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경기침체가 길어진 데다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정국 불안에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 매일 침체를 실감하는 소상공인들에게는 정치권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감지되지 않고 있다.폐업에 대한 불안감도 적잖았다. 서울 강동구에서 빵집을 하는 전모씨는 “퇴근 후 자주 가던 치킨집이 문을 닫았다. 사장님이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뛰는 게 낫다며 가게 정리하는 걸 보면서 씁쓸하고 내 미래일까 불안하더라”고 말했다. 근처에서 분식집을 하는 60대 여성은 “정치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는데,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자영업자들의 어려운 상황은 각종 통계로도 확인된다. 강동구 사례처럼 경기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자영업자가 폐업할 때 철거 비용이나 상담 서비스를 지원하는 정부의 ‘희망리턴패키지 원스톱폐업지원’의 누적 신청은 지난 9일 기준 2만9269건으로, 연간 목표치 3만 건에 이미 근접한 상황이다.자영업자 수도 감소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자는 561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6000명 줄었다. 올해 초부터 자영업자 수 감소세는 두드러지고 있다. 1월 2만8000명, 2월 1만3000명, 3월 2000명이 줄며 넉 달 연속 내리막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영업자 수는 2022년부터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엔 등락을 반복했다”며 “전체 취업자는 늘어도 자영업자 비중은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체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2021년 20.4%에서 올해 19.4%로 감소했다.황금연휴에조차 소비 회복세는 잠잠했다. 이달 초 황금연휴(1~6일)에 국내 소비는 3% 정도 늘어났으나 해외 소비는 20% 가까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이 기간 국내 카드 이용 실적은 전년 대비 3.1% 증가하는 데 그쳤고, 이용 건수(-2.1%)와 회원 수(-2.3%)는 오히려 줄었다. 반면 해외 오프라인 카드 매출은 17.5% 증가했다.여행 수요는 폭발했지만, 동네 소비는 얼어붙은 셈이다. 이달 초 당시 자영업자들이 몰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집에 가고 싶다” “긴 연휴가 더 지옥이다”는 글이 연휴 기간 내내 줄줄이 올라왔고, “손님은 공항에만 있다”는 자조도 이어졌다.전망도 좋지 않다. 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의 지난 1분기 개인사업자(소호) 대출 연체율은 평균 0.51%로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대출 연체율이 2분기에 당장 반전할 만한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글·사진=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