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은행에 대한 국민 평판과 신뢰도, 친근감이 1년 만에 뚝 떨어졌다.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이창용 당시 한은 총재가 금융시장 불안 진화에 적극 나선 점이 긍정적으로 반영되며 2024년 평판조사 결과가 이례적으로 높게 형성됐는데, 그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한은이 국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제 위기 대응을 넘어 정책 판단과 역할을 보다 투명하고 쉽게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17일 한은의 ‘2025년 일반국민 대상 한국은행 평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은 종합평판에 대한 긍정 응답은 46.6%로 전년보다 6.9%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이 우리나라 중앙은행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본 응답은 2024년 53.5%를 기록했는데 1년 만에 다시 40%대로 내려앉은 것이다.하락 폭은 신뢰도와 친근감에서 더 컸다. 한은을 ‘믿을 만하다’고 평가한 응답은 지난해 52.9%로, 전년(65.9%)보다 13.0%포인트 떨어졌다. ‘친근감을 느낀다’는 응답도 2024년 40.8%에서 지난해 26.6%로 14.2%포인트 급락했다. 평판조사 주요 지표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한은 안팎에서는 올해 조사 결과가 2024년의 이례적 급등 이후 나타난 조정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2024년 조사에서 한은 종합평판 긍정 응답은 2023년 43.9%에서 53.5%로 9.6%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뢰도는 47.7%에서 65.9%로 18.2%포인트, 친근감은 22.3%에서 40.8%로 18.5%포인트 뛰었다. 세 지표 모두 최근 흐름에서 유독 큰 폭으로 개선됐다.2024년 평판조사는 지난해 2월 10~13일 실시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던 시기다.당시 이 전 총재는 계엄 선포 다음 날인 2024년 12월 4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사태에도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며 대외 불안 진화에 나섰다.한은도 같은 날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국고채 단순매입, 통화안정증권 환매 등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밝혔다.이 전 총재는 이후 기자간담회에서도 계엄 사태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또 당시 성장률 전망이나 금리 경로를 즉각 수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계엄 해제 이후에도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이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실제 한은은 2024년 12월 세 차례에 걸쳐 총 19조6100억원 규모의 비정례 RP 매입을 실시하며 시장 안정화에 나섰다. 당시 이 전 총재와 한은이 위기 대응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고, 국내 경제 시스템이 정치적 충격과 별개로 정상 작동하고 있음을 부각한 점이 국민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한은 내부의 시각이다.이 때문에 올해 수치 하락은 전년의 높은 평가에 따른 기저효과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올해 평판 지표는 전년보다 낮아졌지만, 계엄 사태 전 조사인 2023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종합평판 긍정 응답은 2023년 43.9%에서 2025년 46.6%로 2.7%포인트 높고, 신뢰도 역시 47.7%에서 52.9%로 5.2%포인트 상승해 있다. 친근감도 22.3%에서 26.6%로 4.3%포인트 높다. 한은에 대한 국민 평가가 2024년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후퇴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한은 업무 인지도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한은이 하는 일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지난해 79.2%로 전년보다 0.9%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2024년 80.1%보다는 낮았지만, 2023년과 2022년의 77.1% 보다는 높았다. 평판과 신뢰도는 조정을 받았지만 한은의 기본적인 대국민 인지도는 크게 흔들리지 않은 셈이다.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위기 때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만큼이나 평상시 금리 결정과 물가·환율 대응의 판단 근거를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중앙은행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지키면서도 정책 소통의 문턱을 낮춰야 장기적으로 신뢰와 평판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이번 조사는 한은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23일부터 27일까지 진행했다. 신뢰도는 95%, 신뢰수준은 표본오차 ±3.1%포인트다.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