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검증보다 빠른 승계”… 식품업계 승계작업 강화
국내 식품업계에 오너가 3·4세들의 핵심 경영 라인 합류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1994년생 전무까지 등장하면서 기업마다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성과보다 승계가 먼저”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전병우(31) 삼양라운드스퀘어 상무는 최근 202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전 전무는 2019년 삼양식품 해외전략부문 부장으로 입사한 뒤 이듬해인 2020년 이사에 올랐고 1년 뒤 삼양애니 대표가 됐다. 만 29세인 2023년엔 식품업계 오너 3세 중 최연소 상무가 됐다. 초고속 승진을 이어가던 그는 2년 만에 전무까지 오르며 파격적인 승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업계 안팎에서는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 전무가 주도한 라면 브랜드 ‘맵탱’, 식물성 헬스케어 브랜드 ‘펄스랩’ 등은 시장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점으로 꼽힌다. 전 전무에게는 향후 ‘불닭볶음면’ 열풍 이후 삼양식품의 성장 동력 다각화 전략을 세우고 추진해야 하는 핵심 과제가 주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닭 브랜드 외에 가시적인 성장 축이 없는 것이 삼양의 고민이자 전 전무의 부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오너가 3·4세의 고속 승진은 다른 식품기업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SPC그룹은 올해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 차남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식품성장추진실장에게 미래기획그룹장을 맡겼다.오뚜기는 함영준 회장의 장남 함윤식 부장이 입사 4년 만에 마케팅실 부장으로 승진했고, 농심은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열 전무가 미래사업실에서 신규 사업과 인수·합병(M&A)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오리온 담철곤 회장 장남인 담서원 전무는 입사 1년 5개월 만에 상무에 오른 데 이어 2년 만에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식품업계에서 이러한 세대교체가 유독 빠른 것은 재계 10위권 밖 기업이 많아 여론 감시망이 느슨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업 구조상 금융·IT·반도체처럼 사회적 이해관계가 복잡하지 않아 승계 과정이 조용히 추진되기 쉬운 측면도 있다.기업들은 푸드테크, 헬스케어, 디지털 브랜드 등에서 젊은 감각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 3·4세의 경영 참여가 충분한 역량 검증 없이 ‘경영권 보장’ 형태로 이어지는 순간, 기업은 혁신이 아니라 안정된 승계를 우선하는 조직임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