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시세를 정하는 4가지 요인 총정리

2025년 금 가격은 사상 최고가를 53번 새로 썼습니다. 런던금시장협회 기준 연평균 온스당 3,431달러, 1년 전보다 44% 상승했습니다(세계금협회, 2025년 연간).
금이 모자랐던 걸까요? 그해 총공급은 5,002.3톤, 총수요는 4,999.4톤이었습니다. 거의 같아요.
금 시세는 금이 부족해서 상승하지 않습니다. 값을 정한 쪽은 광산이 아니라 이미 땅 위에 나와 있는 219,891톤을 쥔 사람들이었습니다. 금 시세가 어떤 숫자인지, 1돈 값은 어떻게 나오는지, 무엇이 값을 움직이는지, 어디서 사야 시세에 가까운지까지 이 글 하나로 총정리 하겠습니다.
국제 금 시세 ≠ 금은방 시세
뉴스가 금 시세라고 부르는 숫자는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금 1트로이온스의 달러 가격입니다. 1트로이온스는 31.1035g이에요.
국내 화면에 뜨는 원/g 값과 금은방에서 부르는 1돈 값은 이 기준가에서 출발해 환율과 유통 비용을 얹은 다른 숫자입니다. 같은 시각에 서로 다른 값이 여러 개 굴러다녀요.
금 시세 이야기가 어긋나는 자리가 대개 여기입니다. 국제 시세가 하락한 날에도 금은방 가격표는 그대로일 수 있어요. 환율이 상승하면 국제 시세가 잠잠해도 국내 값은 상승하고요.
국제 기준가는 하루 2번 정해져요

전 세계가 기준으로 삼는 금 가격은 런던금시장협회 금 가격입니다. 하루 2번, 런던 시간 10시 30분과 15시에 열리는 전자경매에서 정해집니다. 단위는 달러와 트로이온스이고 운영은 ICE 벤치마크 관리회사가 맡아요(런던금시장협회).
경매로 정하는 값이라 하루 종일 흐르는 숫자가 아닙니다. 실시간 화면에서 초 단위로 움직이는 금 가격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현물 호가입니다. 기준가는 그날 2번 찍히는 별도의 숫자고요.
기사에 나온 금 시세가 둘 중 무엇인지에 따라 소수점 아래가 달라집니다.
금 시세 살 때와 팔 때가 다른 이유

같은 날 같은 금인데 사는 값과 파는 값이 다릅니다. 사이에 낀 것이 세금과 수수료입니다.
한국거래소는 KRX 금시장 장내거래에 양도소득세와 배당소득세를 물리지 않고 부가가치세도 면제한다고 안내합니다. 다만 금 실물을 인출하는 순간 10% 부가가치세와 예탁결제원·증권사 수수료가 붙어요(한국거래소).
수수료 차이도 큽니다. 한국거래소 자료 기준으로 KRX 온라인 거래 수수료는 약 0.3%, 은행 금 거래는 계좌 이체 1%에서 실물 거래 5% 수준입니다. 장외 유통업체는 가격 안에 마진이 들어가 있고요.
살 때와 팔 때의 간격은 금 시세가 움직여서 생긴 것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붙어 있던 비용입니다.
금 공급은 극히 제한적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인류가 지금까지 캐낸 금은 약 219,891톤입니다. 이 금을 전부 녹여 한곳에 쌓아도 한 변이 약 22m인 정육면체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2025년 전 세계 금광에서 새로 생산된 금은 3,671.6톤이었습니다. 사상 최대 생산량이었지만, 이미 지상에 존재하는 금과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쉽게 말해 창고에 금 100개가 쌓여 있는데, 1년 동안 새로 들어온 금은 1.7개 정도에 불과한 셈입니다.
원유와 비교하면 금의 특징이 더 분명해집니다. 원유는 사용하면 사라집니다. 오늘 태운 석유는 내일 다시 시장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산유국이 감산을 발표하면 공급 감소가 곧바로 가격에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금은 다릅니다. 한번 채굴된 금은 대부분 사라지지 않고 계속 지상에 남아 있습니다. 장신구가 되든, 골드바가 되든, 중앙은행 금고에 들어가든 형태만 바뀔 뿐입니다.
때문에 극단적으로 올해 금광 생산이 통째로 사라진다고 해도, 이미 지상에는 21만 톤이 넘는 금이 존재합니다.
결국 금 가격을 볼 때는 “올해 광산에서 몇 톤을 더 캐느냐”보다 이미 존재하는 막대한 금을 누가 더 갖고 싶어 하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금 가격이 광산 생산량보다 금리, 달러, 중앙은행 매입, 투자 수요에 더 민감하게 움직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금광 뉴스가 금 시세에 잘 반영되지 않는 이유
대형 금광이 파업으로 멈췄다는 기사에도 금 시세가 잠잠할 때가 많습니다. 세계 최대 금광 1곳이 1년에 캐는 양은 수십 톤 수준입니다. 219,891톤 앞에서는 소수점 아래로 밀려요.
반대도 같습니다. 대형 광산이 새로 문을 열어도 그 때문에 금 시세가 하락하지는 않습니다. 신규 공급이 재고를 의미 있게 늘리려면 몇십 년이 필요하고요.
금값을 움직이는 4가지 요인

공급이 거의 고정이면 남는 변수는 수요 쪽입니다. 세계금협회는 금 가격의 변동을 4개 범주로 나눠 분해합니다.
4개가 한 방향으로 겹치는 국면이 있고 서로 상쇄하는 국면이 있어요. 하나만 보고 방향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금은 이자를 주지 않아요
금은 이자도 배당도 주지 않습니다. 들고 있는 동안 나오는 게 없어요.
예금이나 채권 금리가 높은 국면이면 그 이자를 포기하는 값이 커집니다. 반대 국면이면 포기할 것이 줄어들고요. 세계금협회가 금리를 기회비용 칸에 넣어 둔 이유입니다.
환율도 같은 칸입니다. 금은 달러로 값이 매겨지므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다른 통화를 쓰는 쪽에서는 같은 금이 싸 보여요.
한국 투자자에게는 통로가 하나 더 있습니다. 국제 시세가 그대로여도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국내 금값은 상승합니다. 국제 시세와 국내 시세가 디커플링 되는 날의 범인은 대개 환율이에요.
중앙은행이 사 모으는 863.3톤

2025년 중앙은행과 기타 기관이 사들인 금은 863.3톤입니다(세계금협회, 2025년 연간). 그해 광산이 캔 금의 23%를 국가 금고가 가져갔습니다.
중앙은행이 사는 금은 장신구처럼 되팔려고 사는 물량이 아니에요. 국가 금고에 들어간 금은 좀처럼 다시 나오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계금협회는 2025년 투자 수요를 끌어당긴 동기로 안전자산과 분산투자, 그리고 가격 상승 자체를 함께 꼽았습니다. 4개 범주가 서로 밀고 당긴 해였어요.
금 시세 가장 큰 결정 요인 : 시중에 풀려있는 22만톤 보유자들
이미 나와 있는 219,891톤을 쥔 사람들이 계속 들고 있을지 팔지를 정하는 순간에 금 시세가 결정됩니다.
2025년 수요를 나눠 보면
- 투자(골드바·주화·금 ETF) 2,175.3톤
- 장신구 1,542.3톤
- 중앙은행·기타 기관 863.3톤
- 기술·산업 322.8톤
투자 2,175.3톤에 중앙은행 863.3톤을 더하면 3,038.6톤입니다. 장신구의 2배에 가까워요. 값을 벌거나 자산을 지킬 목적으로 사는 금이 몸에 걸치는 금보다 훨씬 많습니다.
금 시세를 읽을 때 실용적인 대목이 여기입니다. 금값은 금이 부족해져서 상승한다기보다 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어서 상승해요. 하락할 때도 금이 갑자기 많아진 것이 아니라 들고 있을 이유가 약해진 겁니다.
수요 통계는 세계금협회 2025년 연간 자료 기준입니다.
금값 상승하면 서랍 속 금이 나와요
금 시세에는 자동 브레이크가 하나 붙어 있어요.
2025년 재활용으로 나온 금이 1,404.3톤입니다. 총 공급 5,002.3톤의 28%를 재활용이 채웠습니다. 금은방에 목걸이를 팔러 간 사람들과 폐기물에서 금을 뽑아낸 업체가 만든 물량이고요.
세계금협회는 금값이 높아지면 소비자의 장신구 되팔기와 산업용 재활용이 함께 늘어난다고 설명합니다.
허가부터 채굴까지 10년 걸리는 광산, 재활용은 바로 공급

광산은 값이 상승해도 곧바로 반응하지 못합니다. 새 광산을 찾아 허가를 받고 파기까지 10년 넘게 걸리는 일이 흔해요.
재활용은 다릅니다. 값이 상승하면 그달에 늘어납니다. 집집마다 서랍에 흩어져 있는 21만 톤이 곧 잠재 공급이에요.
금 시세가 크게 상승한 구간에서 상승 폭이 무뎌지는 장면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KRX 금시장 = 시세에 가장 가까운 값

한국거래소가 2014년 3월 24일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 연 금 현물시장입니다. 증권사에 일반상품 계좌를 열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어요. 거래 단위가 1g이라 소액으로 시작해도 됩니다.
거래 대상은 런던금시장협회와 한국조폐공사가 인증한 순도 99.99% 골드바이고 호가는 원/g으로 붙습니다.
눈여겨볼 건 거래소가 유동성공급자에게 걸어 둔 조건이에요. 호가 스프레드 3% 이내, 종가는 국제 금가격과 괴리율 6% 이내. 시세에서 멀어지지 못하게 묶어 둔 장치입니다(한국거래소).
손에 쥐는 실물 골드바
금은방과 인증 유통업체에서 삽니다. 실물을 갖는 대신 부가가치세 10%와 제작비, 유통 마진이 붙어 국제 시세에서 가장 멀어집니다. 되팔 때도 그만큼 차이가 생기고요.
그래도 실물을 원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계좌 잔고가 아니라 내 손에 있다는 것 자체가 목적인 경우예요.
금 ETF는 시세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아요
증권 계좌로 금 가격을 따라가는 금 ETF도 있습니다. 다만 수익률이 금 시세와 나란히 가지 않습니다. 환헤지 여부와 운용 구조가 사이에 끼기 때문이에요.
이 차이만 따로 다룬 글이 있습니다. 금 시세 VS 금 ETF 수익률 왜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