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러쉬? 이젠 ‘본드 러쉬’… 빚 잔치 중독된 빅테크
전 세계적 인공지능(AI) 붐에 올라타기 위한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들의 ‘빚잔치’가 시장의 피로감을 시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금 조달을 위한 대규모 채권 발행이 일상화된 나머지 투자자들에게 전처럼 매력적인 선택지로 비치지 않는다는 것이다.블룸버그 통신은 8일 “한때는 초대형 인수합병 때나 동원됐던 대규모 채권 발행이 빅테크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그 예시로는 아마존을 들었다. 아마존은 전날 장·단기 8종 만기로 구성된 달러화 표시 회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구체적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주요 외신은 최소 250억 달러(약 38조원) 수준으로 추산했다.아마존이 이처럼 대규모로 채권을 푼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에는 12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고, 올해 3월에도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370억 달러·145억 유로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후에는 스위스 프랑과 캐나다 달러로도 채권을 찍어냈다.다른 빅테크들도 대동소이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250억 달러는 AI 분야 확장에 돈을 대려는 ‘테크 거인’들에 일종의 기준선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단일 기술 기업이 한 번에 이 기준(250억 달러)을 충족한 것은 올해 들어서만 7번째”라고 밝혔다. 이는 직전 6년간을 합친 것보다 많은 횟수라고도 덧붙였다.경고는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달 말 내놓은 연례 보고서에서 아마존, 알파벳 등 이른바 ‘하이퍼 스케일러’들의 AI 인프라 구축 지출이 과열 경쟁 양상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대출을 받아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고 이를 다시 임차하는 등의 방식이 유사시 연쇄적인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투자자들의 반응도 전 같지 않다는 평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마존의 이번 채권에 대한 청약 수요는 발행 물량의 1.6배에 그쳤는데, 이는 앞선 발행 사례들에 비춰 볼 때 크게 못 미치는 열기다. 지난 3월의 경우, 청약 경쟁률은 약 3.4배였다.블룸버그는 자산운용사 웰링턴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브리 쿠라나를 인용, 이같은 현상의 배경에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있다고 진단했다. 대규모 발행이 일상적 자금 조달 수단으로 정착할수록 눈앞의 채권이 갖는 매력은 떨어진다는 취지다.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